‘남남’ 안재욱 “박진홍, 29년간 은미·진희보다 재미없게 살았을 것”


‘남남’ 안재욱이 자신이 맡은 박진홍 역을 준비하면서 느낀 고민을 언급했다.


22일 오후 배우 안재욱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OSEN을 만나 ENA 수목드라마 ‘남남’ 종영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 안재욱은 극중 자기관리에 철저한 FM형 인간이자 전문의 박진홍 역을 맡았다.


박진홍은 고등학생 시절 김은미(전혜진 분)과 사고를 쳤으나 자신의 의지와 달리 부모님의 결정으로 은미와 헤어지게 됐다. 어떻게 보면 찌질하면서도 순애보적인 캐릭터.


이날 안재욱은 캐릭터에 대한 공감대에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는 말에 “일단 제가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였고, 순애보적인, 무조건적인 표현이 와닿아야 하는데 이게 경계가 애매하더라. 은미를 만났을 때 사랑이라는 것이 단순한 죄책감, 책임감에서 나아가서 상대에 대한 진한 인생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이해가 가게 전달이 될 것이냐. ‘찌질하다’는 말을 살면서 이렇게 많이 들은 적이 없었다. 근데 찌질한 사람으로 끝나면 안된다. 묘하게 진홍이의 입장도 이해가 가게 보여져야하니까”라고 자신이 이해한 진홍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이게 그동안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온 진희와 은미의 삶이 저를 만났다고 해서 미안함, 죄스러움 이렇게 용서를 구하는 식으로 진부하게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진희, 은미, 진홍이 다 각자의 삶에서는 치열하게 살아왔겠죠? 진홍이 입장에서는 한번도 뭔가를 집안에 대해서도, 사랑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내가 이끌어가고 할 기회가 없던 사람이라 은미와 진희에 대한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았을 거다. 누구보다 절실하지 않았을까”라고 덧붙였다.


과거 꽃미남 스타로 유명했던 안재욱, ‘남남’과 같은 작품 혹은 박진홍 같은 캐릭터를 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을까. 안재욱은 “저는 오히려 젊었을 땐 지금의 내 모습보다 막연하게 나이 들어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동안 이야기도 듣고, 푸념식으로 ‘나이가 들어보였으면 좋겠다. 그럼 깊이감이 느껴질 것 같다’는 말을 했는데, 그럼 주위 형들이 ‘말같지도 않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근데 이제는 나이가 들다 보니까 그런 외적인 모습 또한 억지로 꾸미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나도 모르게 생긴 깊이감이 있어서 그런 저의 변화들이 캐릭터를 맡았을 때도 녹아내려가길 바라는 마음”이러며 “나이 따로, 경력 따로, 연륜 따로가 아니라 지금의 공감대가 역할에도 잘 어우려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앞으로도 했던 역할을 또 하는 것보다 안했던 걸 하게 될테니까”라고 이야기했다.


안재욱은 진홍이의 매력포인트를 묻자 “어떻게 보면 뒤늦게 찾은 책임감인 것 같긴 하다. 슬프다고 얘기할 수 없는, 내 의지대로 이끌어본 적 없는 사람이지만, 이제는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동원해서라도 이제는 한 남자로서 발휘할 수 있는 책임감이 있다면 헌신적으로 보일지언정 하나부터 열까지 은미한테는 절실하게 다가가야하는 게 가장 큰 포인트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직설적이고 고민이 없었을 것 같던 은미도 고민에 빠지게 하는, 둘이 만난 뒤 진홍이는 되게 저돌적이고 적극적”이라고 표현했다.


은미와 진희가 없던 삶에서 진홍이의 서사를 상상해본 적이 있냐는 말에 안재욱은 “진홍이는 그렇다고 매일 병들어가는 사람처럼 살지는 않았을 거다. 적어도 이사를 가고 헤어진 다음에 지금까지 29년이라는 삶 동안 어떻게 보면 환한 웃음을 처음 찾게 된 거 아닐까요?”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슬프다기 보다 재미없게 살았을 것 같다. 하루하루 내 의지에 의한 진취적인 의지가 아니라, 거기 마저도 책임감이 있었을 것”이라며 “부모님과 의절을 한 걸 보면 늘 마음속으로는 미안하고 그립고 궁금했을 것 같다. 그래서 더 당당하게 재밌게 살던 모녀에 비해 진홍이가 제일 아프게 30년을 살지 않았을까. 그러니 은미를 만나게 된 하루하루가 제일 절실하고 그랬겠죠. 의지를 할 곳이 없다는 것처럼 외로운 게 없을테니까요”라고 말했다.


또한 안재욱은 진홍이와 성격이 비슷한 것 같냐는 말에 “없다고 할순 없지만, 어느 부분이 비슷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며 “(진홍이의) 속을 잘 모르겠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